PETP STORY
DAENG is... 34화
댕이즈 서른네 번째 주인공,
순이온니님과 순이를 소개합니다.
반려견을 소개해 주세요!
우리 집 비주얼 담당 털 난 막내 동생 이름은 순이고,
나이는 3살, 12kg의 진도 믹스 여자아이예요.
처음 반려견을 키우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나요?
저는 어릴 적부터 개를 유독 좋아했어요. 너무 좋아하는 만큼 한 번은 꼭 겪어야 할 이별이 너무 무섭고 두렵더라고요.
그래서 반려견은 절대 꿈도 안 꿨는데, 순이를 만나 생각이 바뀌었죠. 언젠가 슬픈 이별의 순간이 오겠지만, 순이가 주는 무조건적인 사랑과 기쁨, 함께하는 삶의 행복이 훨씬 더 크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언제, 어떻게 지금의 반려견을 만나게 되셨나요?
22년 1월 9일, 남편과 함께 본가에 내려갔는데 엄마가 뜬금포로 새끼 강아지를 데려왔다고 말씀하셨어요. 들어보니 엄마 지인분이 키우던 개가 새끼를 낳았고, 그중 한 마리 남은 게 순이었는데 저희 엄마에게 키울 생각 없냐고 연락이 오셨더라고요. 사진도 보내주셨는데, 보는 순간 그냥 순이가 예뻤대요.
그렇게 저도 모르는 사이 순이는 엄마 집에 오게 되었고, 엄마는 찻집을 운영 중이라 겨울동안 또 다른 지인분이 돌봐주고 있다고 했어요.
신랑이 남한테 신세 지지 말고 기간도 한두 달 정도니 우리가 데리고 있자고 해서, 엉겁결에 순이는 서울로 오게 되었고, 시간이 지나 이제 본가로 보내기로 한 날이 다가왔는데 남편이 갑자기 못 보내겠다며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사실 저도 내심 순이가 마당에서 지내야 하는 상황과 여러모로 신경 쓰이는 부분이 많았는데, 서로 며칠간 더 고심한 끝에 저희가 키우기로 결정했어요. 그렇게 계획에 없던 순이가 저희 집에 제 동생으로 눌러앉게 되었답니다.
사소한 것 하나도 늘 저랑 상의하시는 엄마인데, 지금 생각해 보면 운명이었나 싶기도 해요.
반려견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별명이 먹순이일 정도로 먹는 걸 좋아해요. 어디서 봉지 바스락 소리만 나도 누가 뭐 먹고 있나 싶어 바라보고 있을 정도예요.
그리고 순이는 스킨십을 좋아하지 않아요. 안고 있으면 5초쯤 지나 한숨을 쉬고, 그래도 찰거머리같이 붙어 있으면 슉 빠져나가요. 처음엔 서운했는데, 이젠 순이의 의사를 존중하여 적당히 눈치 보면서 들이대고 있어요.
반려견과 함께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순이가 스킨십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고 했는데, 그러다 보니 간혹 제 몸에 기대 잠들면 그 순간이 그렇게 좋아서 자세가 불편하고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움직이지 못하고 얼음이 된답니다.
반려견이 집에서 사고를 친 적이 있나요? 어떤 일이었나요?
제가 수족냉증이 있어서 겨울철 핫팩은 필수품이에요.
그날도 순이가 닿지 못하는 테이블 안쪽 끝에 핫팩을 올려뒀었는데, 어찌 물고 온 건지 출근한 사이에 물고 뜯었더라고요. 먼저 퇴근한 신랑이 순이를 데리고 응급실에 가서 구토 유발 주사를 맞히고 발빠른 대처로 다행히 그 뒤로 문제는 없었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에요.
제 안일함으로 큰일이 날 뻔했다는 사실에 지금은 뭐든 높이 두는 습관이 생겼어요.
반려견을 키우면서 가장 큰 책임감을 느낀 순간은 언제인가요?
제가 주는 밥과 간식을 먹고, 제가 나가는 시간에 배변활동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책임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사료도 신경 써서 고르게 되고, 요알못이지만 순이 화식만큼은 제가 만들고 있어요. 순이 배변활동 시간도 꼭 지키는 편이고요.
무엇보다 사람의 시간보다 빠른 개들의 시간을 알기에, 뭐든 미루지 않으려고 해요.
반려견을 돌보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많은 중·대형견 보호자들이 언급하셨듯이, 크다는 이유로 '무섭고 위험한 개'로 오해받고 있는 현실이에요. 그래서 더 교육도 열심히 듣고, 펫티켓도 준수하게 되는 것 같아요. 말보단 행동이 중요하니까요.
나 먼저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 언젠가 중·대형견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리라 믿어요.
제 직장 동료들도 처음엔 진돗개는 마당견, 경비견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지금은 좋은 시선으로 바라봐 주고 있어요. 이것 또한 인식 변화의 시작이라 생각합니다.
반려견을 키우면서 가장 후회되거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순이를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데리고 왔고, 그땐 순이를 위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순이의 성격을 더 예민하게 만들었다는 걸 뒤늦게 교육받으면서 알았어요.
반려견을 가족으로 들인다는 건 단순히 귀여운 동물을 기르는 것을 넘어 한 생명을 끝까지 책임지는 일이기에, 사전에 반려견의 품종과 특성이라든지 기본 지식에 대해 공부를 좀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반려견과 앞으로 함께 하고 싶은 활동이나 목표가 있나요?
작년까지만 해도 물돗개 프로젝트도 세우고, 같이 비행기 타고 여행도 가고 싶었어요. 근데 ‘겁도 많고 사람도 안 좋아하는 예민한 성향의 순이가 과연 이걸 바랐을까?’, ‘내 바람과 욕심은 아니었을까?’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뒤로는 둔감화나 사회성이란 이유로 일정만 맞으면 참여했었던 반려견 행사나 프로그램은 끊고, 그냥 순이랑 같이 있어 줍니다.
거창하진 않지만, 순이 혼자 있는 시간 최소화하기, 이게 목표라면 목표예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으로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동물보호법이 좀 더 강화되었으면 좋겠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열악한 환경에서 방치되거나 학대받는 동물들이 있는데, 소중한 생명인 만큼 그에 맞는 법적 보호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마지막으로 펫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펫피 덕분에 순이 입장에서 생각도 해 보고, 순이에 대해 좀 더 알아가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더불어 앞으로 남은 순이의 견생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랑으로 채워줄 수 있을지 되새겨 볼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