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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이즈 15화] 활동량이 조금 많을 뿐! 악마견은 아닐..걸요?

PETP STORY

DAENG is... 15화
댕이즈 열 다섯번째 주인공,
날아랏해태님과 해태를 소개합니다.

반려견을 소개해 주세요!

해태는 저희와 만난 지 11년 7개월째이고, 씩씩해서 평생 남자아이냐는 얘길 들으며 자란 여자아이입니다.
전 인정할 수 없지만 대한민국 3대 악마견으로 유명한 비글이구요.ㅋㅋ

현재의 반려견 이름으로 짓게 된 계기와 그 뜻은 무엇인가요?

원래 뭉치라는 이름이 있었는데 사고뭉치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져 바꾸기로 했어요.
처음부터 낯가림 없이 사랑스러운 눈망울을 하고 아이들을 졸졸 쫓아다니는 모습을 보며 ‘이거다!’ 하며, 큰아이 작은아이 이름 앞 글자 한 자씩 조합해 부르게 되었습니다.
정말 고민 없이 이름을 지었어요.

언제, 어떻게 지금의 반려견을 만나게 되셨나요?

두 아이가 아기였을 때부터 꽤 오랜 기간 주말부부로 지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평일 밤, 늦은 시간에 술에 취한 누군가가 집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억지로 열려고 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관리실도, 경비실도 연락이 닿지 않아 아이들과 함께 한참을 공포에 떨며 버텨야 했고, 겨우 상황이 진정된 후에야 친구 하나 없는 외지에서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다는 마음이 얼마나 간절한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주말부부에 독박 육아였기에 이러한 일로 입양 생각은 없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지금의 해태를 알게 되었습니다. 독신남이 혼자 오피스텔에서 키우다 파양한 비글이였죠. 당시엔 비글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 예쁜 외모에도 불구하고 쉽게 입양되지 않았던 아이였습니다.
사진 속 해태는 겉으론 행복해 보였지만,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모습이 저와 닮아 보였습니다. 가족과 함께 있어도 독박육아에 외로움, 그리고 얼마 전 겪었던 그 작은 사건 속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제 모습처럼요.
그 순간, 왠지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가 될 것 같다는 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해태는 보모이자 저와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주고, 지금은 ‘할매’이자 우리 집 막내인 해태를 만나게 되었답니다.

반려견과 함께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지금은 해태와 더 자유롭고 즐겁게 지내기 위해 주택에 거주하지만 전에 아파트 살 때 집에 온 손님이 외부에 들락거리며 현관문을 제대로 닫지 않았는지 그 틈으로 새벽에 달려 나가 행방불명 된 일이 있었어요. 온밤을 찾아 다녔지만 해태는 춥디추운 하룻밤을 꼴딱 보내고도 다음날 오후 3시가 되도록 돌아오질 않았어요.
저는 거실에 망연자실 쓰러져 제 자신은 물론 모두를 원망하며 그저 울기만 했습니다. 보호소에 연락도 해보고, 해태와 자주 산책하던 공원을 뒤져보기를 수차례... 남편이 차 타고 좀 멀리 찾으러 나가보려 주차장으로 향하던 중 경비원의 무전기로 "아파트 단지 내... 107동 뒤편... 떠돌이 큰 개 조심... 포획망 들고 와줘요... "란 얘기가 흘러 나왔답니다.
아파트 뒤편이 산이라 그런지 평소 자주 있던 일이라 저 같으면 그냥 흘려 들었을 거예요. 하지만 남편은 무언가에 이끌리듯 묻지도 않고 그 길로 발걸음을 옮겼대요.
아파트 건물 뒤를 돌자마자, 겁먹은 듯 얼룩덜룩한 친구가 잔뜩 웅크린 채 풀숲 속에서 경계하고 있었답니다. 자신을 지키려 했던건지 마구 자란 풀 속에 엉켜 있는 표정이 굉장히 무서웠다고 해요. ‘해태가 아니면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멀찍이서 조심스럽게 단 한 번 “해태야”하고 부른 그 순간! 풀숲에서 울고불며 튀어 나오더랍니다.
평소 남편은 해태에게 아주 살갑게 구는 편은 아니었는데, 그날은 꼭 이산가족이 상봉한 것처럼 울컥했다고 해요. 해태가 좋아서 온몸을 비틀고 껑충껑충 뛰어오르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짧다면 짧은 하루였지만, 그 하루는 너무나 길고 암담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다시 만난 그 순간은 가장 행복한 순간이기도 했어요. 다시 만난 해태와 평생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해요.

반려견이 집에서 사고를 친 적이 있나요? 어떤 일이었나요?

매주 금요일 주말부부 상봉하는 날은 온 가족이 캠핑을 떠났어요. 한주도 빠짐없이 항상 해태도 함께요! 바쁘게 지내서였는지 캠핑을 매주 하며 아이들과 뛰노느라 악마견의 본성을 느껴본 적이 없었어요.
그러던 중 사정상 캠핑을 한주 쉬게 된 거예요. 스타 대접 받으며 54시간을 아이들과 다닐 수 있었던 기회를 박탈 당한 거죠. 주말 저녁이라 가족들 모두 오랜만에 집 근처에서 외식을 하기 위해 두시간 정도 다녀왔어요.
집에 들어선 순간 실내엔 흰 눈이 온 사방에 내리고 있더랬죠. 안방 침대 매트리스가 돌려깎기 되어 있는 거예요. 커버를 정성스레 찢어 벗긴 뒤 갈색 융으로 뒤덮인 큰 매트리스를 이쁘게 돌려 깎아 놓은 모습이 믿기지 않았어요. 매트리스 안 솜을 꺼내 날리고 노느라 눈 내리는 매직도 부려줬죠. ㅎㅎㅎ... 매트리스는 테두리로 삐져나온 흰 솜 때문인지 마치 거대한 시루떡 같았어요.
그땐 몰랐어요... 그게 시작인 것을... ㅋㅋ

반려견이 보호자를 신뢰한다고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비 오는 날 산책하다 오프리쉬 상태인 진도믹스견이 뛰어들기 직전이었어요. 제 앞을 막고 다리에 힘을 빡 주고 버티고 있는데, 상황이 위험해 보여 우산까지 던져버리고 15kg 해태를 번쩍 안아 올렸어요. 그런데 품에 안긴 해태가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거예요. 심장이 콩닥콩닥 난리였죠.
그럼에도 해태는 제가 도와줄 거라는 걸 믿고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전 예전에 디스크가 터진 이후로는 2리터 생수 두 병도 잘 못 드는데 말이죠. ㅎㅎ

반려견이 말할 수 있다면, 보호자님께 어떤 말을 해줄 것 같나요?

제 눈에 땀이 나게 하는 질문인데요. 하루 종일 정말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겠지만, "다음생이 있다면 또 만나고 싶어". 라는 말을 해줄 것 같아요.
제 욕심이 지나친 거겠죠.^^

반려견을 돌보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10여 년 전쯤, 제가 사는 지역에 막 문을 연 애견카페에 해태와 함께 놀러 간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거기서 카페 주인이 해태를 두 시간 정도 보더니, 비글은 문제가 많은 견종이니 아는 훈련소를 싸게 소개해주겠다는 이야기를 꺼내더라고요. 제가 별 관심을 보이지 않자, 인기 많은 곳이라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큰일이라며, 무려 6개월 정도 보낼 수 있게 예약까지 해주겠다고 다그치듯 말했어요. 그냥 두면 망나니가 된다는 말까지요. ㅠㅠ
하지만 해태는 정작 개 친구들에게 별 관심도 없고, 제 옆에 얌전히 앉아 잠만 자다 나왔거든요. 그런 해태를 겨우 두 시간 보고 그런 얘기를 하시니 억울하고 마음이 참 힘들었어요. 반면에 입질하는 다른 친구들은 몸집이 작다는 이유로 별말 없이 넘어가시던 모습을 보고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이 떠오르더군요, 그 일 이후로 애견카페는 가지 않게 되었어요.
비슷한 시기에 공원 산책을 하던 중엔, 어떤 중년 부인이 굳이 멀리서 다가오시더니 “개가 커서 무섭다”며 “데리고 나오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순간 화도 나고,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꾹 참았네요.
그런 상처가 되는 경험들이 하나둘 쌓이다 보니 결국 “사람 눈치 안 보고, 마당에서 맘껏 놀 수 있는 집에서 살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어요.
요즘은 다행히 미디어에서 정보도 많아지고, 비글에 대한 인식도 많이 좋아졌어요. 대형 반려견 친구들도 점점 자주 보이다 보니, 이젠 해태가 상대적으로 소형견처럼 느껴질 정도랍니다.
그래서 이제는 산책할 때도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어요.

예비 반려견 보호자에게 꼭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해태가 저희 가족과 만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전 보호자의 파양이었어요. 반려동물과 함께 살다 보면 불가피한 사정이 정말 많아요.
저희 집은 해태를 입양한 지 3년쯤 지난 뒤, 큰아이와 제가 개털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늘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었기에 그저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우연한 기회에 알레르기 검사를 해보니 개털 알레르기 수치가 매우 높았고, 수면 중 호흡곤란으로 위험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어요.
하지만 해태를 다른 곳으로 보낸다는 건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기에, 의사 선생님과 여러 방법을 상의했어요. 다행히 아이 방이 2층에 있어서 해태의 출입을 제한하고, 자주 청소하고 약을 복용하며 지내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특히 어린아이가 있는 예비 반려인분들께, 입양 전 알레르기 검사를 꼭 해보시길 간곡히 부탁드려요.
반려견의 눈빛처럼 사랑스러운 순간만 있는 게 아니랍니다.
꼭! 불편함에 대해 다각도로 충분히 고려한 뒤, 신중히 입양해 주세요.

마지막으로 펫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펫피 덕분에 책임감을 갖고 산책에 더욱 신경 쓰게 되었고, 해태의 사진 한 장 한 장 더욱 소중하게 담게 되었어요. 지금처럼 1,500만 반려 인구의 필수로 계속 함께 해 주세요.
선진 반려 문화를 위해 힘써주시는 펫피 감사드립니다!